며칠 전 집사람 친구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문제로 상의하고싶다는 내용이였지요. 전화상으로 들은 얘기로는 충분치 않치만 사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들과 몇명의 친구들이 반 아이 한명을 구타했는데 피해학생은 전치 2주의 피해를 입었다."
"우여곡절끝에 피해학생의 부모와 합의하여 위로금을 전달하고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학교측은 가해학생들에게 전학을 요구하였다"
"전학할 수 없다는 부모들에게,  차후 교칙위반 시 어떤처벌도 따르겠다는 각서작성을 조건으로
 재학을 허락"
"몇 개월후 아들이 친구와 담배피운 사실을 다른 학생이 학교홈피로 학생과에 제보"

이 일을 계기로 학교측에서는 이 두학생에게  전번 작성한 각서를 근거로 전학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이 분은 가정사정 상 전학할 형편이 되지않아 전학이 어려우니 전학을 제외한 어떤 처벌도 따르겠다고 하였지만,  학교측에서는 지난번에 작성한 각서를 근거로 학교결정이 전학이니 전학을 가라고 했다는 거지요. 

전학을 가지 않고 계속 등교할 경우 무단결석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 무단결석으로 수업시수가 부족하게 되면 상위학년으로 진급을 못하게되니 전학을  가는게 좋겠다는겁니다.
참고로 중학교에는 퇴학이라는 제도가 없어졌습니다. 때문에 종종 지도가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 전학을 가라고 하는 거겠지요. 

제 생각엔 학교에서 지도하지 못할 학생의 사례는 그리 많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도보다는 전학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그러나 당사자인 학생에겐 평생 안고가야할 오점이 될 문제를 너무쉽게 결정한 학교때문에 속이 많이 상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욕설하는학생, 반항적인 학생, 절도학생, 집단 따돌림 하는학생, 당하는 학생, 폭력적인 학생, 가출학생,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하는 학생, 상습 흡연학생, 상습 음주학생 등등, 다양한 부류의 학생들을 겪어봤지만  형법에 저촉되는 사건 외에는 학교 자체지도로 해결하지 못한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왕왕 일어나곤 합니다. 학교 밖 폭행사건과 절도 사건들이 그런 경우인데, 이런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학생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와 경위서를 검찰에 제출하면서까지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학교도 꽤 많답니다. 

위 사례처럼 학교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자체 지도로 선도하기 보다 오히려 문제학생의 기준을 정해두고 낙인찍힌 학생들을 학교에서 내보내려는 학교는 제 주위에선 본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상벌제의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학생들끼리 잘못을 학교측에 제보하게 하여 상점을 제공하는 비교육적인 상벌제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사교육기관과 다른 차별성은 인성교육입니다.  아이들이 사회에서 민주주적인 사고로 여러 사람과 더불어 생화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첨언하지 않아도 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학생지도를 쉽게 포기한다든지, 학생들끼리 서로의 잘못을 고자질 하게 하는 비교육적인 행태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행여 이 글로 인해 묵묵하게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열심히 지도하시는 선생님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지만,  학교에 자식맡긴 부모들이 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속으로 전전긍긍해야 하는 답답한 심정을  함께 고민하고,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학생지도를 하고 있는 학교들이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되돌아 보고 개선 할 수 있는 계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의 발로라 여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무대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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