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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2 말많고 탈많은 복장규정 4

출근을 마치고 아침수업을 준비하는데 공지사항이 발표되었다.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선생님들의  머리를 아프게하는 복장규정에 관한 토론을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각 부서별(13개부)  선생님 대표 1명과 복장규정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모아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반에 들어가 이 내용을 전달하니 아이들끼리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교복치마 규정을 없애야한다", "무릎선을 기준으로 20cm 까지는 허용해야한다", "동복바지는 되는데 하복바지는 왜? 안되는 거냐", "교복을 구입할 때 부터 치마길이가 짧아서 어쩔 수 없다" 는 등의  이야기들이 봇물 처럼 쏟아져 나온다. 우리반은 실장이 참여하겠노란다. "어떻게 이야기 할거니?" 물어보았다.  "다들 짧게 입는데 찌질이 되기 싫어요"

"치마 길이와 공부는 무관하쟎아요~",  "저희들의 인권도 있쟎아요" 실장을 대신해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답했다.  " 그래~ 잘 한번 이야기 해보고, 네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건지 차선책도 마련해서 가봐라~"  라고 말해주고 교실을 나왔다.

 
문득 내 학창시절이 생각났다. 난 중학교때 까지 검정 교복을 착용한 교복세대다.  교문에서 학생모를 바르게 썼는지,  교복상의에 후크는 잠궜는지, 단추는 잘 달려있는지, 교문 옆 한켠에선  모자를 벗어들고 앞머리 길이가 2cm를 넘는지 자로재는 선생님과  학생모자 안 창을 뜯어 풀바른 학생들, 학생화(말표, 기차표)를 신지않고 테니스화나 농구화를 신은 학생, 교복바지를 맞춤복으로 맞춰 차별화를 두기위해 바지단을 한번 걷어준 센스있는 학생들 (당시 맞춤복은 바지 아랫단 안쪽에 원단표시를 자수로 해놨었다), 그리고 교복바지 윗부분은 좁게  아래단은 넓게 일명 맘보바지로 만들어 입은 학생들이 적발되어 매로 체벌을 당하고 있는 풍경이 오버랩되어진다

 

   ▶사진출처 : http://blog.daum.net/songy5 (청풍명월님)
 1982년 교복자율화 前 교복사진

  

.                                 ▶  사진출처 : http://blog.daum.net/tomogaz (gaz님)
                                                                     오늘 날 교복사진

  당시 전두환 정권이 학생들의 교복을 자율화 한다 했을때 학생들의 반응이 꽤 좋았다. 그간 부려보지 못했던 멋을 부리느라 부산을 떨었었고,  교복자율화 즈음에 맞춰 의류, 신발업체들은 기민하게 학생들을 겨냥한 상품들을 출시하였다.  당시 꽤나 있기 있었던 신발중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브랜드. "죠다쉬", "나이스" "스페이스" 같은 신발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나이키나, 프로스펙스, 프로월드컵, 아식스, 아디다스 같은 고급 브랜드 제품은 학교에서 소수 부유층 자제들만이 신었었다.  옷과 신발에 의해 매겨지는 등급에 대한 시선 때문인지  학교에 입고갈 옷에 대한 학부형들의 걱정과 학교에서 고급신발 도난 사고가 빈번기 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에서 교복자율화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었다.  이런 문제점 때문인지  몇 해 지나지 않아 일선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교복을 다시 착용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된것 같다.

토론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순 없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선생님들, 그리고 토론에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입장을 전달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바람직하다 하겠다.

 치마길이와 공부는 별개라는 아이의 힘찬 목소리가 귓전을 쉬이 떠나질 않는다.


Posted by 무대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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